수업에서 어떤 학생에게 주된 관심을 줘야 할까?
대한민국의 학급은 다인수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에는 한 반의 인원이 50-60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 고등학교 인원은 40명 정도 되었다. 초임 발령 받고 담임을 했을 때에도 반별 인원은 40명 내외였다. 한 명의 교사가 교실에 들어가서 40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0명 각자의 학업능력수준이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는 교실에서 교사는 어느 수준의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할까? 아마도 중위권 수준의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의 학급당 인원수는 30명 내외이다. 내가 가르치는 고1 학급의 학생수는 평균 28명 정도이다. 보통은 기술실에서 수업을 하니, 4명이 앉을 수 있는 책상 7개가 필요하다. 예전에 비해서 학생수가 많이 줄었고 이제는 제법 개개인의 학생들의 학업과정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수준의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할까? 대부분의 수업이 실습으로 진행되는 내 경우에는 학업수준이 '하'인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준다. 이들은 대체로 내가 무엇을 지시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이다. 이들에게 친절하게 이것 이것을 하라고 안내한다. 예를 들어서 골판지를 가지고 의자를 만드는 실습의 경우 설계도는 예시를 참조해서 그려오고, 설계도를 다 그려오면 이렇게 골판지에 대고 그려라라고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학업수준이 '하'이더라도 교사가 친절히 안내하면 대체로 따라온다. 복잡한 것들을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이들에게 점진적으로 안내한다. 스텝 바이 스텝이다.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면 하나씩 무언가를 하기 시작한다. 만약 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 이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복잡하다며 포기할 것이다. 중위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돌아다니면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참견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간단하게 가이드만 제시한다. 이것만으로도 이들은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다. 이들이 과제를 수행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교사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때 알려주면 교사의 조언이 효율적으로 먹혀들어간다.
그렇다면 왜 하위권 학생들에게 집중하는가? 만약 이들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이들은 처음부터 포기할 것이고 멍하니 있으면서 친구들과 사적인 이야기만 하다가 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들만 이야기하면 큰 문제가 없을수도 있겠는데 문제는 이들의 노는 분위기를 다른 학생들에게도 전파한다는 데에 있다. 중상위권 학생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힘들어서 요령을 피우면 교사가 조금 더 해보라고 독려한다. 그러면 이 학생들은 하위권 학생들은 아예 하지도 않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며 불만을 표시한다. 교사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보지만 먹혀들지 않는다. 이들을 처음부터 정당하지 않게 대접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수업은 분위기다. 도미노의 한 블럭이 넘어지기 시작하면 이후 블럭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교사가 특정 학생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초반의 좋았던 수업 분위기가 여지 없이 무너진다. 초반에는 '하'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교사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이런 분위기를 잘 만들어 놓으면 긴 관점에서 봤을 때 교사는 적은 에너지로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 넘어지려는 그 학생에게 집중하자. 넘어지지 말라고 끊임없이 관심을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