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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원시인의 사고와 과학적 사고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관점을 취한다. 즉, 두 경우에 사고하는 대상은 동일한 데에 비하여, 그 사고과정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관한 나의 견해는 전적으로 다르다. 다시 말하면, 신화적인 사고는 현대과학의 사고에 조금도 손색없는 엄밀한 논리를 갖추고 있으며, 그 사이의 차이는 지적 과정의 '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지적 과정이 적용되는 대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공학의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실과 일치된다. 강철 도끼가 돌 도끼보다 낫다고 하는 것은 전자가 후자보다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두 개는 똑같이 잘 만들어졌지만, 하나는 강철로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신화와 과학에도 동일한 논리적 사고가 작용하고 있으며, 신화적인 사고를 하건 과학적인 사고를 하건 간에 인간은 언제나 잘 사고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신화에서 과학으로 넘어온 과정을 인간의 사고력이 개선된 것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항구여일한 인간의 사고력이 새로운 대상에 적용된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홍우(2008). [개정증보판]지식의 구조와 교과. 교육과학사. p.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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