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학급은 다인수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전에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에는 한 반의 인원이 50-60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 고등학교 인원은 40명 정도 되었다. 초임 발령 받고 담임을 했을 때에도 반별 인원은 40명 내외였다. 한 명의 교사가 교실에 들어가서 40명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0명 각자의 학업능력수준이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는 교실에서 교사는 어느 수준의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할까? 아마도 중위권 수준의 학생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의 학급당 인원수는 30명 내외이다. 내가 가르치는 고1 학급의 학생수는 평균 28명 정도이다. 보통은 기술실에서 수업을 하니, 4명이 앉을 수 있는 ..
학년을 운영할 때 학년 전체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담임교사 개인의 철학이 학급을 운영하는데 중요하지만 이것이 한 개의 학급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 학년에도 영향을 끼친다. 학생들은 8시까지 등교한다. 8시부터 20분간 아침자습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8시 이전에 등교하지만 소수의 학생들은 8시를 전후로 해서 등교하곤 한다.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5분 내외로 지각을 한다. 8시를 등교시간으로 정해놨으니 어떤 날은 뜻하지 않은 일로 지각을 하게 된다. 여러 명의 담임교사가 교실 앞에서 지각생을 지도하지 않으면 학년의 지각생은 늘어난다. 지각해도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는 것이다. 반대로 한 두명의 교사가 8시에 교실 문 앞에 서서 지각생을 지도하고, 이런 모습이 학생들 ..
교사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될 수 있을까? 다시 물어보자.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교육현상을 바라보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될 수 있을까? 학교 현장에서는 연구자를 반기지 않는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중의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연구결과가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연구를 하면 학교일(아마도 행정적인 업무)은 뒷전에 두고 사익만을 추구한다고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연구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교재 연구를 한다거나 학생 상담을 한다거나 아니면 학교 업무를 더 맡아서 하라는 것이 보통의 주장이다. 중, 고등학교 현장은 대학의 연구처럼 엄격한 논리에 의하여 체계적인 이론을 세우거나 현상을 이해하는 활동 등을 반기지 않는다. 언..
우리 학교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이다.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있어서 약간의 자율성이 존재하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서 약간 많은 예산을 지원해준다. 오늘은 자공고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학교 컨설팅을 받는 날이다. 컨설팅단으로 세 명의 컨설턴트가 오후 5시에 학교에 방문했다. 학교 부장교사들이 컨설팅단을 맞이했다. 이후 회의실에 모여서 두 시간에 걸쳐서 학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컨설팅단은 교장 1명과 교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컨설팅을 받는다는 것은 학교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외부자적 관점에서 진단해 달라는 의미이다. 대체로 컨설팅단은 학교 교육현상을 보는 눈이 일반 교사보다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안목은..
일반계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 모습이다. 정규시간과 보충수업을 마치고 석식이 끝난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자습1교시가 진행되고 10분간 쉬었다가 9시까지 2교시 자습이 진행된다. 예전에는 야간'자율'학습이란 명칭이 단지 명칭으로만 불렸을 뿐 현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끝난 이후에 강제 또는 반강제로 남아서 공부를 해야했고, 혹시나 도망을 갈 경우 다음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압박을 견디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교실을 벗어났다. 당시의 야간자율학습은 강제학습에 가까웠다. 누구나 강제학습인 것을 알았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야간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은 어찌보면 학교교육의 연장이었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어떤 날은 떠들다가 집에 가고, 또..
학부모는 학교에 잘 오지 않는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교사 역시 학부모와 대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학부모가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학교에 공식적으로 올 기회가 있다. 이 중 하나가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이 기간에 학교에 방문하여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체계적이지 않다. 첫 대면으로 서먹하기 때문에 학부모는 표면적인 것만 묻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는 학부모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교사로서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미국의 어느 학교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학부모 상담 주간에 학부모가 학교에 방문했을 때 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상담이 진행된..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 지금은 이런 모습을 잘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수업시작이 인사부터였다. 수업시작 종이 울리고 교사가 앞문으로 교실에 들어서서 교탁에 서면 해당 반 반장은 벌떡 일어서서 '차렷'이란 구호를 외치고 학생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후 '선생님께 경례'라는 말을 하였다.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학생들은 일제히 교사를 향해 목례를 하였다. 그 교사를 존경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학생들은 인사를 마땅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인사를 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수업 시작 전에 하는 인사가 일제식 잔재로 여겨져 차츰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서 인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교장은 등교시 교문에 서서 강제로 학생들에게 인사를 시킨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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