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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상

야간자율학습_혼자하는 공부

기술교육 2016. 5. 10. 21:25

일반계 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 모습이다. 정규시간과 보충수업을 마치고 석식이 끝난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자습1교시가 진행되고 10분간 쉬었다가 9시까지 2교시 자습이 진행된다.

 

예전에는 야간'자율'학습이란 명칭이 단지 명칭으로만 불렸을 뿐 현상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끝난 이후에 강제 또는 반강제로 남아서 공부를 해야했고, 혹시나 도망을 갈 경우 다음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압박을 견디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몇 번의 망설임 끝에 교실을 벗어났다. 당시의 야간자율학습은 강제학습에 가까웠다. 누구나 강제학습인 것을 알았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야간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은 어찌보면 학교교육의 연장이었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어떤 날은 떠들다가 집에 가고, 또 어떤 날은 공부하다가 집에 가기를 반복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은연중에 키워갔다.

 

우리 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이다. 다수의 학생이 보충수업 이후 학원에 가거나 집에서 과외를 하다보니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원에 뜻이 없거나 집에 가도 크게 할 일이 없는 학생들이다. 한 반에 10명이 안되는 학생이 남는다. 어떤 날은 한 반에 한 명, 두 명 남기도 한다. 이 학생들이 공부에 뜻이 있다면 몇 명이 남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보는 이를 뿌듯하게 한다. 그런데 실제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학생,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학생, 졸고 있는 학생이 여럿 보이고 이 학생들이 자율학습 분위기를 주도한다. 교사가 복도를 지나갈 때만 공부하는 척을 한다.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우리 학교 교실의 책상배치는 ㄷ자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행하는 책상배치를 취한 것이다. 당연히 모둠 중심의 협력학습이 강조되고 있고 많은 수업이 이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교사가 특정활동을 제시하면 모둠 내에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모둠활동을 하며 학생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나 이 성장에는 깊이가 다소 부족하다. 타인의 다양한 관점을 들을 수는 있으나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은 모둠활동시에 부족하다. 지식의 폭은 넓힐 수 있으나 깊이를 깊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식의 깊이를 깊게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이 시간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시간이 학생들에게 없다. 학원에서 또 다른 지식을 받아들이기 바쁘다. 학교나 학원에서 들은 지식을 내 것으로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시간이 없고 환경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다양한 음식을 먹었으나 소화가 안되는 형태이다.(이 표현은 다소 부적절하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은 여러가지를 경험하지만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험이 자기 것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을 연습해야 한다. 연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로 시간을 내서 경험을 반복하고 교정해야 자기 것이 된다. 물론 고수가 피드백을 해주면 더욱 좋다. 이것을 전문성 발달에서는 '의도적 연습'이라고 부른다. 의도적 연습의 핵심은 자기에서 부족한 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교정하는 것이고, 교정을 위해서 전문가가 내 행위를 보고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이것은 지루하고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나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

 

수업시간에 '여럿이 함'과 자율학습시간에 '혼자서 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학생의 지적 성장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겠으나 어느 하나가 빠지면 학생의 지적 성장이 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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