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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이다.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있어서 약간의 자율성이 존재하고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서 약간 많은 예산을 지원해준다. 오늘은 자공고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학교 컨설팅을 받는 날이다.
컨설팅단으로 세 명의 컨설턴트가 오후 5시에 학교에 방문했다. 학교 부장교사들이 컨설팅단을 맞이했다. 이후 회의실에 모여서 두 시간에 걸쳐서 학교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컨설팅단은 교장 1명과 교사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컨설팅을 받는다는 것은 학교 내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외부자적 관점에서 진단해 달라는 의미이다. 대체로 컨설팅단은 학교 교육현상을 보는 눈이 일반 교사보다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안목은 이론적 지식에 의해서 형성되었다기 보다는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 편성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던가 진로진학 지도를 오랜 시간 해오면서 구체적인 경험들이 하나씩 쌓였다든가 관련 분야의 소소한 고민들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나름의 안목이 형성된 것이다. 이들의 안목을 빌려와서 학교의 제반 사항들을 검토해 달라는 것이 컨설팅의 목적이다.
2시간의 대화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오고갔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들도 들을 수 있었다. 몇몇의 부장교사가 궁금했던 점은 우리 학교에서 운영하는 실질적인 교육과정인 ㄷ자 책상 배치를 통한 모둠 중심의 협력 학습이 학생들의 진로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이다. ㄷ자 중심의 협력수업과 전통적인 일자식 책상 배치의 강의식 수업이 암묵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협력 학습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컨설턴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컨설턴트는 협력학습이 최종 목적은 아니라고 답한다. 협력학습을 통해서 학생들의 무엇을 길러줄 수 있고, 이것을 생기부에 어떻게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느냐가 협력학습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협력학습이 현실의 입시체제에 기반을 두지 않을 경우 공허해진다는 것이 이들이 가진 생각이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결국은 교사의 몫이다. 교사 수업동아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 학교에서, 협력을 통해서 학생들의 무엇을 이끌어낼 것이며, 이것에 대해 학생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으며, 교사는 학생들의 활동 결과를 어떻게 정리하여 이들의 성장과정을 기록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학생 활동에 대한 교사의 관찰이 필요하고 이들의 활동 중 특이할 만한 사항을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본 뒤 세련된 언어로 기술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이 일관성 있게 3년간 적혀 있다면 학생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학교는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공립학교 특성상 4년마다 학교를 이동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역량 있는 개인이 떠나더라도 그가 만들어 놓은 문화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 시스템을 구축하면 가능한가? 그렇다면 누가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책임 지고 나설만한 교사 무리가 있는가? 만약에 어떤 교사가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순히 교사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서 했다는 그것만으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가?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외부에서 보는 만큼 간단하지 않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을 다수의 교사가 알지만 그 누군가가 나타나기까지는 여러 가지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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